창업 생태계 구축…사업자금 무이자 지원

입력 2015-08-07 07:00  

Let's Master - 유대인의 기업가 정신 (5)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
친척들이 도와주는 게 전통

벤처투자펀드 활성화
이스라엘 창업환경 구축




유대인은 영원한 유목민족이다. 그들의 역사 자체가 아브라함의 떠남에서 출발했다. 그 뒤 방랑과 이산(離散)의 역사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유목민족은 척박한 환경에서 고난을 극복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민족이다. 정주민족은 절대로 이들을 이길 수 없다. 정착사회에서 곱게 태어나 편하게 자란 민족이 사막과 황야의 시련에 단련되고 생존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유목민족을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게다가 유대인에게는 단결력이라는 무서운 힘이 있다. 고대부터 이어진 유대인의 디아스포라 수칙의 주요 요점은 ‘모든 유대인은 그의 형제들을 지키는 보호자이고, 유대인은 모두 형제다’라는 것이다. 이러한 유대인 고유의 공동체의식이 유대 사회를 발전시켰고, 세계 각지의 디아스포라를 하나로 묶어 놓았다. 이 원칙은 시대에 따른 개혁을 거쳐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유대인이 강한 이유 중 하나다. 그들이 동족을 돕는 정신과 방법을 살펴보자.

# 자선은 최고의 품격이자 의무

“남을 도와줄 때는 화끈하게 도와줘라. 처음에 도와주다 나중에 흐지부지하거나 조건을 달지 마라, 괜히 품만 팔고 욕먹는다.” 이는 탈무드에 근거한 말이다.

유대인에게 있어 자선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그것도 종교적 의무다. 유대교에 의하면 사람이 하느님과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참회, 기도, 자선’이다. 그래서인지 유대인들은 자선을 베풀 때도 하느님 앞에 그 마음가짐을 달리 한다. 탈무드는 ‘자선의 품격’을 8단계로 나눈다. 가장 하치의 품격이 속으로는 아까워하면서 마지못해 도와주는 것이다. 하느님 보기에 썩 예쁘지 않은 것이다.

사실 히브리어에 자선이란 단어는 없다. 그들에게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할 마땅한 도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자선이라 부르지 않고 정의(체다카)라 부른다.

흥미로운 것은 체다카 품격 가운데 최상의 품격이 상대방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것은 물질적 도움만은 아니다. 지식과 정보는 물론 인맥 형성 지원 등 상대방의 자립에 필요한 모든 도움을 망라한다. 한마디로 화끈하게 도와주는 것이다. 이것이 미국에 있는 유대 기업인들이 조국 이스라엘 창업가들을 물심양면으로 돕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체다카 품격의 8단계를 보자.

1. 아깝지만 마지못해 도와주는 것
2. 줘야 하는 것보다 적게 주지만 기쁘게 도와주는 것
3. 요청을 받은 다음에 도와주는 것
4. 요청을 받기 전에 도와주는 것
5. 수혜자의 정체를 알지 못하면서 도와주는 것, 수혜자는 당신을 앎
6. 당신은 수혜자를 알지만 수혜자는 당신을 모르게 도와주는 것
7. 수혜자와 기부자가 서로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도와주는 것
8. 수혜자가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

# 사업자금 지원 ‘무이자 대부제도’

고대부터 유대인은 사업이 성공하면 먼저 가족과 친척을 참여시키고, 번창하면 동족들을 불러 모았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대부분 친척이 일군 사업에 참여하는 게 오랜 관습이다. 본인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도 친척들이 재정적 지원을 한다. 설사 주변의 재정적 지원이 없더라도 유대인 사회의 ‘무이자 대부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성공한 유대인 기업가들은 지원단체를 조직해 다른 유대인을 돕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기금을 조성한다. 사업자금을 무이자로 대부하는 제도가 역사적으로 유대인 사회에 존재했다는 사실은 매우 특기할 만한 일이다. 이러한 제도는 그들 율법이 명하는 바에 따른 것이다. 율법에는 ‘필요한 사람에게는 돈을 빌려주어야 한다(출 22:25)’는 말과 동족에게는 이자를 취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이러한 전통은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유대인의 성공은 이러한 제도적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럽에서 18세기부터 있었던 ‘헤브라이인 무이자 대부협회’다. 이러한 전통은 유대인들이 미국에 이민가서도 계속됐다. 성공한 유대인들은 기부금을 내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보통 1만달러에서 50만달러가 절반 정도이고 500만달러가 넘는 금액도 흔하다. 이런 모금단체를 비롯해 각종 커뮤니티 조직이 미국에만 200개가 넘는다.

# 실패해도 세 번까지 무이자 지원

유대인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실패도 큰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무이자대부협회도 실패한 창업자에게 세 번까지 무이자대부 기회를 준다. 이렇게 동족 간에는 시스템으로 창업을 지원한다. 특히 유대인들은 실패를 경험할수록 성공에 가까워진다는 후츠파 정신이 투철하다. 창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이유다.

게다가 이스라엘은 대부가 아닌 투자를 위한 벤처투자펀드도 발달돼 있다. 인구 800만명에 불과한 이스라엘이지만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기업은 유럽 전체 숫자보다도 많다. 이스라엘에서는 청년들이 매년 500개 이상의 새로운 벤처기업을 만든다. 이스라엘 경제가 활력으로 가득 찬 이유이다.

실리콘밸리의 창업환경도 기실 유대인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과도 긴밀히 연결돼 있다. LA에 있는 유대인단체는 무이자로 유대인들에게 사업자금을 빌려주는데, 그 회수율이 80%가 훨씬 넘는다고 한다. 물론 그 자금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이자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기부해 기금이 불어나고 있다. 이렇듯 유대인들은 그들 스스로 창업생태계를 꾸려가며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최근에는 대부보다는 투자가 이들 창업생태계를 이끌고 있다.

홍익희 < 세종대 교수 >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